전쟁 2주년) "땅을 잃는 것보다 생명이 더 중요" - 젤렌스키 대통령 기자회견 요약
전쟁 2주년) "땅을 잃는 것보다 생명이 더 중요" - 젤렌스키 대통령 기자회견 요약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2.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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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전쟁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 군인 3만1천명이 전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거짓말쟁이들이 얘기하는 우크라이나 전사자 30만명, 15만명은 다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 당국자의 추정과 크게 차이가 나는 집계"라고 즉각 반박했다. 

다음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를 참고로 한 기자회견 요약이다. 24 2월 25일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 기자회견을 갖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 러시아와의 협상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 대해 "(자신이 주창한) 우크라이나 '평화 공식'을 논의할 정상회의가 봄이나 몇 달 안에 열릴 것"이라며 "이 회의 후 전쟁 종식 방안(평화협상안/편집자)이 마련되고, 이를 특별 협상단을 통해 러시아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 문서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은 이 문서가 '세계의 책임 있는 국가들의 계획'(план ответственных стран мира)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충 설명했다. 그는 "평화 정상회의를 스위스에서 열어 논의 내용을 토대로 그같은 문서를 마련할 것"이라며 “(러시아 측이) 문서 수령을 거부할 경우, 두 번째 정상회의에 러시아 대표들을 초대해 이 문서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블룸버그 통신은 초청장을 받은 많은 정상들이 회의에 참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보도했으며, 정상회의는 이미 3월에서 5월로 연기됐다. 중국도 정상회의 참석을 수락하지 않았다. 평화 정상회의의 성공 여부는 러시아 최대 협력 파트너인 중국과 인도, 터키 정상의 참석에 달려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 공식'은 러시아 군대가 1991년 국경 뒤로 철수하고, 우크라이나에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을 요지로 하고 있다. 러시아가 도저히 수락할 수 없는 방안이다.

질문에 답변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전화를 하면 받을 것인지'를 묻는 캐나다 기자의 질문에 "그러한 전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다. 처음에는 "그는(푸틴 대통령)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고, 나는 더 이상 '1917년 전화'(구소련식 통신 시스템/편집자)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푸틴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2019년 파리에서 열린 노르망디 4차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을 회고하면서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민스크 협정을 이행할 수 없으며, 병력 철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은 휴전을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 우크라이나 정치 군사 지휘부의 반역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가을 우리 군대의 반격은, 반격이 채 시작되기 전에 그 계획이 크렘린 테이블에 올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반격 계획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수립됐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스트라나.ua는 "그가 말하는 반격작전은 지난해 여름의 자포로제(자포리자) 남부전선이 아니라, 2022년 가을에 시작된 1차 반격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군사 정보를 정확히 누가 유출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반격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갖고 있지만 세부 사항은 말할 수 없다"며 "정보 유출에 대비한 여러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장의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 향후 전쟁 진행및 전망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예프(키이우)의 새로운 반격 계획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신임 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의 임명과 관련이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패배할지, 이 전쟁이 더 어려워질지,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지 여부는 여러분과 우리의 파트너, 서방 세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군도 초여름이나 5월 말에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아브데예프카 공격에 나선) 지난해 10월 8일부터 시작된 러시아군의 공격은 아무런 전과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의 전환점은 미국 선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거리 300㎞의 에이테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이전 시기에 대한 질문에 "서방의 최근 약속은 '긍정적'"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늦어도 한 달 안에 미 의회에 의해 차단된 미국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미국의 양당 상원의원들과 대표들을 만났고, 그들도 한 달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시급함을 알고 있다"며 "나는 미국이 계속 세계 민주주의의 지도자로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그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군의 무장 수준이 위기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발언 중에 종종 '무기 부족'이란 주제로 되돌아가 "우크라이나군의 패배에는 서방 파트너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지난해 여름 반격 작전을 앞두고 서방 측이 약속된 장비를 제공하지 않아 4개 여단이 전투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격이 시작됐는데, 그때까지 4개 여단은 군사 장비가 갖춰지지 않았았고, 지원군도 도착하지 않았다"며 "4개 여단은 싸울 생각도 않고, 그냥 서서 장비를 기다렸다"고 한탄했다. 약속된 군사 장비가 아직도 납품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서방의 지원 부족으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더 잃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선의 압박이 매우 강하다”며 "우리가 땅을 100m, 50m 잃을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략적으로는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무기 보유량은 1대 6으로 러시아가 우위에 있다"며 "적어도 그 비율이 1대 3이 돼야 하며, 그러면 우크라이나군이 다시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전사자 규모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년간의 전쟁에서 자국 군인 3만1,000명이 전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종자와 부상자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스트라나.ua는 "그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망자 수조차 논란을 일으켰다"며 "미국 관리들의 추정과 완전히 다르다"며 NYT 보도를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지난해 여름 약 7만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하고 10만~12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로 부터 6개월이 지났으니, 그 사상자는 더 많아졌을 것으로 이 매체는 추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인터넷상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정도 손실이라면, 그동안 왜 전쟁 후에야 사망자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느냐?", "도대체 동원을 대폭 강화하는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스트라나.ua는 "더 많은 숫자가 사망자로 인정되지 않고, 실종자로 등록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사자의 유족에게 상당한 액수의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는데, 신청한 사람들이 모두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고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실종자 수를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 2년간 약 18만명이 사망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참모부는 사망과 부상을 구분하지 않고, 러시아에게 거의 41만 명의 손실(우크라이나 언론은 이를 사망자로 분류/편집자)을 입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참모부의 최신 보고서에는 25만8,000명 이상의 러시아인이 '청산'(전사)된 것으로 기록됐다. 군 참모부에서조차 이같은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군참모부를 대표하는 잘루즈니 전 총참모장은 지난해 가을 영국의 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러시아군 15만명이 전장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달 "작년(2023년) 한 해에만 우크라이나의 병력 손실은 21만5천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5월 임기 종료후 대통령 직위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통령 공식 임기가 끝나는 5월 20일 이후, 자신의 지위에 대해 "불법성 주장에는 그 배후에 크렘린이 있다"며 "서방 파트너나 우크라이나 내부 누군가의 의견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G7 국가의 정보기관에는 증거 자료도 있다"며 "G7 국가의 정상은 나에게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미국 언론인도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자료에는 문제 제기에 동원된 특정 기관에 준 돈 액수까지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의회인 '최고 라다'/사진출처: НикВести
우크라이나 의회인 '최고 라다'/사진출처: НикВести

그러나 전쟁을 이유로 선거를 치르지도 않고,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는 데 대해 일부 정치인과 법률 전문가들은 '불법'이고 '권력 찬탈'로 규정했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특히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 지지 세력들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헌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직은 최고라다(의회) 의장에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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