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로, 또 대통령으로서 대담한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푸틴, 국정연설문 요약
대선 후보로, 또 대통령으로서 대담한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푸틴, 국정연설문 요약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3.0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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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지난 달(2월) 29일 프랑스 측의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는 등 2시간 여에 걸쳐 앞으로 달성해야 할 주요 국정 과제을 제시했다. 국내 언론은 이를 매년 초 진행된다는 점에서 '새해 국정연설'로 본다. 현지 언론은 연방회의(상원)에 보내는 새해 국정 메시지(지표)라고 부른다. 표현이야 어떻든, 의원들을 상대로 새해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히는 자리다.

푸틴 대통령의 2024년 국정 연설은 모스크바의 크렘린 인근 '고스티니 드보르'(в Гостином дворе)에서 진행됐다. 상·하원 의원들과 정부 관료, 주지사, 종교단체 대표들, 외교관,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참가자들 등 1천 여명이 초대됐다. 연설 시간은 무려 2시간 6분. 새로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들을 별도 영상으로 소개하는 등 긴 시간 연설대에 선 2018년(1시간 55분)보다 더 길었다.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사진출처:크렘린.ru

인테르팍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를 바탕으로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요약한다/편집자.

◇ 외교 안보 분야

"서방은 (강력한) 러시아 대신 의존적이고 쇠퇴하는 국가를 원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자신의 길을 정할 것이다. '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고자 한다'는 비난은 근거 없는 주장이며, 러시아를 군비 경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본다. 또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할 것'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러나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도 나토 가입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는 서부 방향의 군사력을 강화(레닌그라드 군관구 부활/편집자)할 것이다."  

"나토(NATO)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면, 그 결과는 비극적이 될 것이다. 과거 히틀러, 나폴레옹이 러시아에 군대를 끌고 왔다가 실패한 역사가 있다. 이번에는 더욱 비극적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서방)의 영토에 있는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세계를 향해 겁박하는 그들은 핵무기의 실제 사용과 그에 따른 문명의 파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는 완전 준비 상태에 있다. 킨잘, 아방가르드, 치르콘 극초음속 미사일과 신형 레이저 무기 '페레스베트'가 실제 전투에 사용되고 있다. 또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과 핵 추진 어뢰 '포세이돈' 등 차세대 핵무기의 시험이 완료 단계에 있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가 실전 배치된 상태이며, 곧 전투 임무에 사용된다. 러시아는 첨단 무기 시스템을 계속 연구하고 있으며, 곧 공개할 것이다."

"아시다시피, 그들은 어려운 시련을 겪지 않았고, 이미 전쟁이 무엇인지 잊어 버렸다. 우리는 카프카스 지역(체첸공화국 무장 투쟁, 그루지야 전쟁 등/편집자)에서 국제 테러리즘과 맞서 싸우면서 어려운 시기를 거쳤고, 지금도 우크라이나 분쟁에서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만화처럼 생각한다."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돌연사를 계기로 한 대규모 시위를 의식한 듯) 서방은 우크라이나 와 마찬가지로(2014년 유로마이단 사건/편집자) 러시아에서도 내부 분란과 (체제의) 약화가 일어나기를 원하지만, 계산을 잘못했다. 러시아는 앞으로 계속 민주적 제도를 발전시킬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전략적 안정성 문제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그들은 전략적 안정성을 논의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전략적 패배를 안겨주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위선이고 불가능하다. 협상은 다른 문제와 함께 일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까운 시일에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분할할 수 없는 안보 지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스트라나.ua는 "미국은 핵 억지력에 대해서만 모스크바와 대화할 계획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더욱 광범위한 (전후 유럽질서를 규정한 '얄타 협정'의 새 버전과 같은) 안보 협정, 즉 '얄타협정-2'의 체결을 요구한다"고 해석했다. 여기에는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합의도 포함될 것으로 본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아브데예프카(아우디우카)를 점령하는 등 우세를 보이는 특수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러시아군이 여러 방향으로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승리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 경제 발전 전략

"앞으로 (새 대통령 임기 기간인) 6년간 '데이터 경제'의 국책사업에 7천억 루블을 투자할 것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경제 및 사회 영역의 주요 부문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개인과 기업, 국가 간의 디지털 네트워크가 최적 상태로 구축될 것이다."  

"연방 정부에 대한 각 지자체의 부채를 3분의 2 탕감하고, 그렇게 조성된 2000억 루블은 지역인프라 발전을 위한 투자에 사용할 것이다. 또 2030년까지 각 산업 분야 지원에 6,200억 루블 이상을 할당하고, 러시아의 비에너지 수출을 3분의 2까지 확대하며,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을 두 배로 늘릴 것이다. 10억 루블의 정부 지원금을 기반으로 환경 및 자연 보호 기금을 조성할 것이다."

"러시아 경제 성장의 약점이 인력및 기술 부족이라는 점을 고려해 '인재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과학 분야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총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리고, 2030년까지 R&D 투자를 GDP의 2%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면 러시아는 세계 최고의 과학 강국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 최소 100개의 기술 단지도 조성한다."

"6년 안에 러시아가 구매력 기준으로 4대 경제 대국에 들어갈 것이며, 지난해 이미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주요 7개국(G7)보다 높았다."

"조세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을 공평하게 하고,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겠다. 2025년부터 기업 감사에 대한 임시 유예 관행을 취소하고, 중소기업 탈세 위반에 대한 사면을 추진하겠다.."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듣고 있는 참석자들/사진출처:크렘린.ru 

◇ 사회 복지 정책

"'가족'을 새로운 국가 프로젝트로 삼아, 대가족 지원에 앞장서고 앞으로 6년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최소 750억 루블을 투입하겠다. 첫 아기를 낳을 경우, 63만 루블을 둘째에게는 2만2천 루블을 지급하고, 세금 공제도 첫 아기에게는 1,400루블, 둘째는 2,800루블, 세째와 그 이상은 6,000루블이 적용된다. 가족 모기지 프로그램도 2030년까지 연장한다. 의료시스템의 현대화에 약 1조 루블을 투지해 2030년까지 러시아인의 평균 수명을 현재의 73세에서 78세로 늘린다. 이를 위해 2025년부터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겠다. 또 최저 임금은 지금의 2배인 3만5,000루블까지 인상하고 빈곤율을 7% 이하로 낮춘다." 

"교육 분야에서는 청소년 보호 프로젝트를 추진해 학교와 유치원 개선에 4천억 루블, 스쿨버스 구입에 660억 루블을 배정한다. 또 지역의 스포츠 시설 건설에는 연 650억 루블을 할당하고, 쉬콜라(초·중등 학교) 졸업생들에게 통합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등 대학 입학 시험 제도를 개선한다."

"사회 엘리트 개념을 바꿔 특수 군사작전 참가자와 노동자 중심의 '엘리트 계층'을 만든다. 특히 참전 병사들에게 교육 기회를 우선 제공하는 등의 각종 특혜를 제공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국정 연설은 대통령으로, 또 3월 15∼17일 대선에 도전하는 후보자로서 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헛된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모든 투자 계획은 신중하게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2000년부터 대통령(혹은 총리)으로 권좌를 지킨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집권 5기를 열어 2030년까지 임기(6년)를 연장하게 된다. 대선 후보 중 경쟁자가 없어, 푸틴 대통령의 당선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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