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2주년) 추가 제재 등 요란한 미-EU 움직임 - 제대로 먹혀드는 게 있긴 할까?
전쟁 2주년) 추가 제재 등 요란한 미-EU 움직임 - 제대로 먹혀드는 게 있긴 할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2.24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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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vs 2024년 2월 23일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2주년을 앞둔 23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측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했다. 때마침 러시아 반체제 운동의 상징인 알렉세이 나발니마저 옥중에서 의문의 돌연사 한 상황이어서 서방 측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듯이 대(對)러시아 강경 조치들을 쏟아냈다. 정리하는 것조차 숨가쁠 정도다.

◇ 서방의 새로운 대러 경제제재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3일 오늘을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러시아 제재'(Санкции против РФ) 코너에서 "미국과 EU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에 맞춰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를 도입했다"며 그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다. 

"EU(의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Совет ЕС,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는 이날 106명의 개인과 88개의 법인이 포함된 13차 대러 제재안(패키지)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터키), 스리랑카, 세르비아, 카자흐스탄, 태국의 기업도 포함됐다.

EU/사진출처:epha.org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외교 담당 집행위원)는 "EU는 러시아에 (군사용) 장비를 공급하는 제 3국의 법인·단체(조직)와 군사 재교육을 담당하거나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불법 이송에 연루된 조직을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를 더욱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나발니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500여 곳(개인및 단체)에 대한 대규모 새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나발니가 사망한 러시아 북극권 '야말-네네츠 제 3교도소'(통칭 '북극 늑대'·Полярный волк)'의 소장과 부소장들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그들의 사회적 지위로 비춰보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또 러시아의 금융, 방위산업체, 에너지및 운송업체 등 주요 산업 분야와 미국의 제재 조치를 우회해 러시아 측에 기술과 장비를 제공한 중국과 세르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등 11개국의 26개 법인에 제재를 가했다. 여기에는 투자회사 엘브루스 캐피탈(Elbrus Capital)과 모둘방크(Модульбанк), 로스피난스 방크(РостФинанс Банк), 상트페테르부르크방크(СПБ банк), 방크아방가르드(Банк «Авангард»)등 러시아 은행, 러시아 '미르 카드' 운영업체, 개발업체 피크(ПИК), (북한 김정은에게 선물했다는 러시아 최고급 승용차) 아우러스(AURUS) 자동차 제조업체, 광산개발업체 메첼(Мечел), 시베리아 석탄 에너지(Сибирская угольная энергетическая компания), 러시아 최대 지질탐사 업체 로스게올로기야(Росгеология).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년간 4천개가 넘는 개인및 기업을 제재했다. 

러시아는 서방 측을 향해 "현실 감각을 잃고 마치 제 3국의 무역·경제에 간섭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며 즉각 대응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사진출처:외무부

러시아 외무부는 "EU의 제13차 대러 제재는 불법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국제법적 특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러시아 입국이 금지되는 유럽 기관및 개인의 명단을 대폭 확대했다. EU 이사회 대표및 회원국 대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및 유럽평의회 의회(PACE·Parliamentary Assembly of the Council of Europe, 유럽 국가들의 의회 협력기구/편집자) 대표, 회원국 법 집행기관 대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법인·조직 등이 새로 포함됐다.

이에 앞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무역을 제한하는 EU의 제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 동분서주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앞두고 가장 바쁜 이는 역시 바이든 미 대통령이었다. 그는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전국 주지사들과의 모임에서 "우리는 지금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급 지원 방안을 담아 상원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처리된 초당적 국가안보 예산안을 하원도 통과시켜야 한다"며 "이 중대한 시기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역사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을 압박했다. 

그는 2주년 당일인 24일 G7 정상들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화상으로 초청해 (정상)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기자들에게 나발니의 미망인 율리아를 '욜란다'로 잘못 지칭한 바이든 미 대통령/캡처
나발니 미망인과 딸과 만나는 바이든 미 대통령/사진출처:X(옛 트윗)@POTUS

앞서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발니의 미망인 율리아와 (미 스탠퍼드 대학에 재학중인) 딸 다샤를 만나 푸틴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제재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의 약속은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추가 제재로 이어졌지만, 그 성격은 조금 다르다. 특히 지난 2년간의 경험으로 볼때 추가 제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빅토리아 눌랜드 미 국무부 부장관은 전날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조치가 취해질 것이지만, 제재의 대부분은 '푸틴(대통령)의 전쟁 기계'에 타격을 가하는 데 맞춰지고, 기존 제재의 회피 루트를 봉쇄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해 수백, 수백, 수백 개의 제재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을 만나 나발니의 미망인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율리아'의 이름을 '욜란다'로 잘못 부르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는 "오늘 아침 나발니의 아내와 딸을 만났으며, 그들이 용기있게 행동하는 것에 놀랐다"며 '율리아'를 '욜란다'로 지칭했다. 미 백악관 홈페이지에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록에는 'Yolanda'로 적혀진 이름에 줄을 긋고, 'Julia'(괄호)로 정정돼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내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유럽 정상들을 파리로 초청했다. 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제안과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다소 특별한 형태로 다수의 유럽 정상들을 초대했다"며 "나 외에도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초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통신은 "키예프(키이우)의 군사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초청이 '유럽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압력을 받고 있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서방측의 충분한 지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는 결국 러시아군을 밀어내고 '강력한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우크라이나 승리에 부정적인 외신 보도들

미국 등 서방의 주요 외신들도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것인가'(Will the U.S. Abandon Ukraine?)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서방의 전쟁 피로를 겨냥한 푸틴 대통령의 베팅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하원 공화당 지도부에 의해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가 중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계속 지원을 받지 못하면 푸틴 대통령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는 상원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땅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덧대 유럽 안팎의 민주주의 동맹국들을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세력은 향후 40년을 내다본 미국 외교 정책의 미래는 동아시아 집중에 있으며, 이를 유럽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WSJ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것인가?' 기사 웹페이지/캡처 

미 뉴욕 타임스(NYT)는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 덕분에 재정적,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대러 제재 목적은 국가와 기업들이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끊도록 하는 것이었으나, 2년 후에도 러시아는 당초 미국 정책당국이 기대했던 것만큼 고립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히려 "러시아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일부 지역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앞서 미 CNN 방송은 러시아는 지난해 인도에 대한 기록적인 원유 판매로 전례 없는 수입을 얻었다고 보도했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서방의 제재를 버텨낸 러시아 경제 잠재력에 많은 전문가들이 놀랐다고 했다. 

특히 독일의 TV채널 '도이치 벨레'는 입소스의 여론 조사 결과를 인용, 독일인은 우크리아나 승리보다 패배를 믿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보도했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인의 25%만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믿고 있으며, 40%는 이를 믿지 않고 있다. 또 35%는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대답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특히 구 동독 지역의 거의 절반(46%)은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독일인의 절반 이상(60%)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공개됐다. 독일 사회정책 연구소 Forsa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키예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한 러시아 군대를 물리칠 수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 우크라이나에서는...

스트라나.ua에 따르면 22일 방영된 방송 토론 프로에서 최전선의 병력 보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군을 물리치기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고려인 비탈리 김 니콜라예프(니콜라이우) 주지사가 '러시아군이 병력을 집결시킨 5개 지역에서 실제로 공격이 가능하겠느냐'를 질문을 던지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성향의 '아조프 연대' 지휘관은 "러시아군은 신속하게 병력을 이동할 수 있다"며 최전선에 지금 병력 보충이 충분하지 않다면, 키예프(키이우)와 하르코프, 그외 지역을 방어할 병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비드 아라하미아 집권 여당 '인민의 종' 대표는 전쟁 직전에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을 믿지 않았으며. 그것이 우리의 실수였다"며 "더이상 그런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내일 국민 전원을 동원하더라도, 최대 2개월 정도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투 준비가 된 여단 병력을 확보하려면 4~5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병력 부족과 함께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탄약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의 탄약 부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갈수록 점차 악화될 것"이라며 "방공 미사일 공급을 계속하지 않으면, 우크리아나는 모든 군사기지와 주요 시설물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미사일이 고갈되면, 러시아군 폭격기가 우크라이나 어느 도시든 날아와 고폭탄을 투하하고, 그 지역을 중동의 '가자 지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미 ABC 방송은 우크라이나군이 봄에는 치명적인 '탄약 및 방공 미사일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미군 당국자들이 내부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대통령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나 나토(NATO)로부터 일부 영토를 양도하는 선에서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 나서라는 제안을 받아본 적이 없으며, 그런 제안이 오더라도 거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유명 앵커 출신의 터커 칼슨이 최근 푸틴 대통령을 서방 언론인으로서는 처음 인터뷰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2014년 내전 종식을 위한 민스크 협정의 뒤를 잇는) '민스크 -3'를 원하지 않는다며 “협상 테이블에는 우리가 준비될 때, 우리의 평화 공식에 기초한 문서, 주요 문서가 있고, 전 세계의 지지가 있을 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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