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미국이 러시아를 악마로 만드는 수법을 보니..
[심층분석]미국이 러시아를 악마로 만드는 수법을 보니..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16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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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터넷과 SNS상에 떠돌고 있는 많은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 러시아를 지목한다. 미국 등 서방언론(한국에서는 주요 외신)과 정치인들이 만든 이미지다.

재미 있는 건, 이들이 또다른 가짜 뉴스를 만드는 장본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실일까?

인터넷 서핑중에 흥미로운 글을 하나 발견했다. '미국의 주류가 러시아를 ‘악마’로 만드는 수법'이라는 글인데, The Gray zone에 실렸다. 원문은 A Very Incomplete List of Sinister Things Vladimir Putin/Russia/‘the Russians’ Have Been Accused of Doing 이다.

이 글을 쓴 동기를 이렇게 밝혀두고 있다.

"한 친구가 지난 2년간 서방 언론과 정치인들의 흥미로운 주장을 모아봤더니, 그 배후에는 모두 러시아와 러시아인, 그리고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고 했다. 이같은 주장들이 “러시아 게이트”의 히스테리 증상을 더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해 몇 가지를 덧붙여 썼다. 서방 언론과 주요 인물의 주장에 따르면 성인용품을 둘러싼 분란에서부터 유머나 성폭력 피해, 미국 흑인들이 겪는 고충에 이르기까지 러시아가 저지르지 않은 일이 없다"고.

아래 항목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미국의 정치인들과 주류 매체는 러시아를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 것도 못하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 바로 우리가 아는 러시아의 이미지다. 러시아에 간 기업인, 관광객, 학생들도 현장에서 이 이미지에 맞는 현상을 찾아내고, 또 믿고 전파한다.

아래 각 항목의 주어는 '러시아, 러시아인, 혹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출처를 확인하려면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  (주어, 즉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임명하도록 했다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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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어,   )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양보를 하도록 했다. (MSNBC 앵커 레이첼 매도우

  • (주어, 즉 러시아는) 이탈리아의 2018년 총선에 개입했다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덴마크 대통령과 NATO 사무총장을 역임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미국 전 국토안보부 장관 마이클 쉐르토프) 
  • (주어,   ) 이탈리아의 2018년 총선에서 승리하도록 했다. (이스라엘의 일간지 하레츠, 미국의 의회전문매체 더 힐
  • (주어,   ) 프랑스의 2017년 대선을 해킹했다 (미국 전 국가안보국 국장 마이클 로저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Politico 등). 프랑스 정부가 '너무나 단순한 해킹이라서 누구든 할 수 있었다'며 러시아 해킹설을 부인한 이후에도 '아니, (러시아는) 프랑스의 2017년 대선을 해킹했다 (미국 제이미 라스킨 상원의원) 
  • (주어, 즉 러시아는) 브렉시트를 야기했다 (뉴욕타임스 등 수많은 매체들)
  • (주어, 즉 러시아는) 독일의 2017년 총선에서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도록 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
  • (주어, 즉 러시아는) 미국 정부의 2019년 셧다운을 야기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 (주어, 즉 러시아는) 뉴욕타임스(편집부) 측에 자신을 비판하는 사설을 싣게 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 (주어,   ) 러시아 비판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성폭력 주장을 무기화했다 (성폭력 혐의를 받는, 그리고 러시아에 비판적인 미국의 배우 겸 감독, 작가인 조지 타케이)
  • (주어,   ) 정보를 무기화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주어,   ) 잘못된 정보를 무기화했다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 NPR)
  • (주어,   ) 유럽의 시리아 난민 위기를 무기화했다 (미 공군 참모차장과 NATO 사령관을 역임한 필립 브리들러브, 미국의 존 맥케인 전 상원의원)
  • (주어,   ) 유머를 무기화했다 (CNN, BBC)
  • (주어,   ) '미국 흑인의 고충'을 무기화했다 (미국의 웹진 슬레이트)
  • (주어,   ) 영국 아이들을 세뇌시키기 위해 '마샤와 곰'이라는 유명 애니메이션을 이용했다 (런던 타임즈)
  • (주어,   ) 미국에서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성인용품을 홍보했다. (미국의 인터넷 언론사 쿼츠)
  • (주어,   ) 송유관 건설 반대 운동인 ‘스탠딩 락’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유명 웹사이트 버즈피드)
  • (주어,   ) 순진한 환경 단체와 활동가들을 '쓸모있는 멍청이들'로 만들었다 (미국 하원 과학우주기술 상임위원회)
  • (주어,   ) 주쿠바 미국 대사관을 '미국인들이 자각할 수 없을 정도의 첨단 마이크로파 무기'로 공격했다 (MSNBC 기자 켄 디래니언) ** 이 마이크로파 무기는 나중에 크리켓(crickets, 귀뚜라미)으로 밝혀졌다.
  • (주어, 즉 러시아는) 미국의 기독교 보수 홈스쿨링 운동에 '침투'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싱크프로그레스의 케이시 미셸)
  • (주어,     )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미국 전역에 '인종 전쟁'을 부추겼다 (미국 잡지 애틀랜틱의 줄리아 이오페)
  • (주어,    ) 망명한 러시아 언론인 세르게이 바브첸코를 암살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 바브첸코는 그 다음날 버젓이 나타나 우크라이나보안당국과 자작극을 벌였다고 말했다.
  • (주어, 즉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게 무기를 공급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존 니콜슨, CNN의 닉 패튼 왈시) *니콜슨 사령관의 주장은 미국의 한 장군(소장급)에 의해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패튼 월시의 보도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 (주어,    ) 랜드 폴 미국 상원의원을 고용했다 (미국의 존 맥케인 전 상원의원) * 폴 상원의원은 2008년 존 맥케인에 맞서 끝까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을 포기하지 않았던 론 폴의 아들이다.
  • (주어,    ) 스페인 카탈로니아 국민투표에 개입했다 (US Congressional Democrats)
  • (주어,    ) 이스라엘의 2019년 총선에 개입하려고 했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샤바크)
  • (주어, 즉 러시아는)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프린스턴대와 뉴욕대 명예교수인 스티븐 F. 코엔을 고용했다 (허비티지캐피털의 CEO 빌 브라우더) * 브라우더는 나중에 자신의 트위터 글을 삭제했다.
  • (주어,    ) 미국 인터넷 매체 디인터셉트에게 자금을 대줬다 (미국 버몬트 전 주지사이자 현 민주당 당의장인 하워드 딘)
  • (주어,    ) 우크라이나의 신나치주의자들이 집시를 대량학살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미국 버몬트 전 주지사이자 현 민주당 당의장인 하워드 딘)
  • (주어, 즉 러시아는) 미국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이 국민의례 중에 시도한 ‘무릎 꿇기’ 시위를 둘러싼 논란을 부추겼다 (미국의 제임스 랭크퍼드 상원의원) 
  • (주어,    ) 미국의 계층간 반목을 부추기기 위해 이민세관청(ICE)이 이민자 자녀들을 '우리'에 가둔 사건의 논란에 불을 붙였다 (미국의 제임스 랭크포드 상원의원)
  • (주어, 즉 러시아는) 파이프 폭탄을 민주당 측 인사들에게 보낸 사건을 배후 조정했다 (MSNBC 앵커 처크 토드)
  • (주어,    ) 루크 하딩 영국 가디언 기자의 신뢰도를 훼손하기 위해 그를 속여 근거 없는 기사를 쓰게 했다. ('알렉스 핀리'라는 필명으로 기사를 쓰는 전 CIA 요원)
  • (주어,    ) 미국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구 소련시대의 수법을 이용했다 (워싱턴포스트의 테렐 스타)
  • (주어,    ) 미국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미국의 정치지형'을 바꿔놓으려 했다 (뉴욕타임스)
  • (주어,    ) 백신 논쟁을 이용해 불화의 씨를 뿌리려 했다 (뉴욕타임스)
  • (주어,    ) 미국의 2018년 중간선거에서 새로운 불화의 씨를 뿌리려 했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
  • (주어,    ) 미국 2016년 대선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흑인들을 타겟으로 공작을 벌였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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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어,    ) 현존하는 미국 사회의 분열을 더욱 증폭시켰다 (USA 투데이)
  • (주어,    ) 미국 국민의 고정된 '사고방식'을 해킹했다 (MSNBC 출연 전문가 말콤 난스)
  • (주어,    ) 예수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매우 싫어한다고 생각하도록 미국 국민을 속였다 (뉴욕타임스)
  • (주어,    ) 버니 샌더스 (후보)를 지지했다 (미국의 SNS 연구 회사 뉴놀리지) * 거꾸로 뉴놀리지가 2017년 앨리바마 주 상원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 (주어,    ) 몸짱인 버니 샌더스 (후보)의 그림을 실은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샌더스에게 투표하도록 미국 국민을 속였다 (뉴욕타임스)
  • (주어,    ) 질 스타인 (미국 녹색당 소속 정치인이자 활동가)을 러시아 첩보원으로 만들었다 (민주당 전략가이자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에 있었던 재크 팻카나스)

이런 식이다. 이게 가짜뉴스의 전형이 아니라면, 러시아는 현실세계에 나타난 '빅 브라더'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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