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지금, 가파른 상승세다
러시아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지금, 가파른 상승세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14 0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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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보고서, 인터넷 쇼핑족 5천만명, 시장 규모 20조원

#장면 1, 고려인 출신 여성사업가가 러시아 갑부 상위권에 올랐다. 의류전문 인터넷쇼핑몰 '와일드베리'를 운영하는 타티아나 바칼추크(43)다. 원래 성은 김씨라고 한다. 인터넷 쇼핑몰 하나로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가 됐다.

#장면 2, 국내 유명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의 해외부문 'G마켓글로벌'의 판매 실적에서 러시아 판매 비중은 약 3%다. 국가별 순위는 8위권. 전체 매출 중 39.2%가 ‘도서음반·e교육’이 차지한다. 그중 방탄소년단(BTS) 음반 관련 매출이 40%에 이른다. 

우리는 #장면 1에서 러시아 전자상거래(인터넷 쇼핑몰) 시장이 예상외로 엄청나게 커졌다는 사실을, #장면 2를 통해서는 러시아 전자상거래에서 경쟁력을 갖는 우리 상품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의류전문 쇼핑몰 와일드베리.ru와 고려인 출신 여성 창업자

그동안 우리 기업은 러시아의 인터넷 쇼핑족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젊은 쇼핑객들은 이미 해외 인터넷 쇼핑(해외 직구)에 익숙하고, 그 시장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러시아 인터넷 쇼핑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다행히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관련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최근 7년간 연평균 2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총 178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이 중 해외 쇼핑몰의 매출(해외직구 등 국가간 전자상거래)이 39%를 차지한다. 온라인 쇼핑 인구도 5천만 명에 달한다.

큰 땅덩어리를 가진 영토적 특성을 지닌 러시아는 앞으로도 물류·전자 결제 인프라의 확충에 힘입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시장으로 직접 진출하기 힘든 우리 중소기업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해외시장 문을 두드릴 길이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관심을 가진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늘어나는 이유다.
 

알리익스프레스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 ru.aliexpress.com 쇼핑몰.

전자 상거래는 몇개의 쇼핑몰이 독식하는 게 세계적인 현상인데, 러시아는 아직 많은 기업이 경쟁을 벌이는 단계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인터넷 쇼핑몰이 10%대에 머물고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일찌감치 러시아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세계적인 기업 중국 알리바바와 이베이, 그리고 의류 쇼핑몰 '와일드베리', IT제품 전문 '엠비디오' 등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이라고 한다. 알리바바그룹의 해외판매 전용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가 러시아 온라인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지만, 시장점유율 11.8%에 불과하다.

앞으로 러시아 온라인 시장 판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주요 전자상거래 및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합작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니, 향후 몇년간이 전체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은 소형 가전과 의류이며, 구매 쇼핑몰을 결정할 때에는 상품 가격과 신뢰도, 다양성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일드베리와 엠비디오가 사실상 단일 분야의 품목을 취급하면서도 온라인 시장에서 우뚝 선 이유다. 하긴 아마존닷컴도 도서전문 쇼핑몰로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가장 많이 소비된 품목은 휴대폰·컴퓨터 등 소형가전으로 2,735억 루블어치가 거래됐다. 의류와 신발(2,582억 루블) 미디어 콘텐츠(1,093억루블)가 뒤를 이었다.

러시아 인터넷 쇼핑몰의 또다른 특징은 넓은 국토와 낙후된 물류 인프라로 인해 소비자가 직접 지정된 장소에 가서 물건을 수령하거나, 무인 택배 보관함을 이용하는 독특한 배송 방식이다. 

러시아 해외 직구족이 외국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 한국 제품은 중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뒤지는 데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언어 장벽 등에 부딪혀 러시아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전자상거래시장 진출은 활발하지 않다. 2018년 우리 기업의 온라인 해외 직접판매액은 3조5,777억원. 해외 직접판매액을 처음 집계한 2014년에 비해 5.3배 성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기타’ 지역으로 구분돼 별도의 판매액이 집계되지 않는다.

더욱이 러시아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 중 상당수가 현지 수입업자로 파악된다. 우리 기업들이 아직 현지 전자상거래시스템이나 관련 제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러시아에 주로 수출하는 품목은 전자제품과 휴대폰 등 IT기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으로, 중소기업의 소비재 판매 비중은 아주 낮은 편이다. 삼성과 LG, 현대, 롯데, CJ 등 대기업 브랜드 정도만 널리 알려져 있다. 온라인 판매가 많은 소비재 품목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몇년 들어 화장품 등 뷰티제품의 러시아 수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2018년 1억2,934만달러를 기록,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했다. 앞으로는 현지 유명 쇼핑체인에 입점하는 방식보다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가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역협회 보고서는 러시아 진출을 꾀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늘어나는 한류 팬 공략 ▲차별화된 상품과 전문화된 서비스를 통한 가격 경쟁력 극복 ▲이베이 등 오픈마켓 입점 및 번역기능 활용 등을 제안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독특한 배송 방식은 현지 유통체인과의 협업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외 오픈마켓 입점(이베이, G마켓, 11번가 등)과 자체 쇼핑몰 운영이 실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내 오픈마켓 중 해외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진 오픈마켓은 G마켓과 11번가 등 글로벌사이트다. 이들 글로벌 사이트는 우체국 국제 특송(EMS)을 통해 러시아 등 전세계로 상품을 배송한다.

글로벌쇼핑몰인 이베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한국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소비자들도 매력적인 상품 정보와 높은 평가점수, 우호적인 구매 후기 등을 통해 구매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전문 쇼핑몰 로즈로즈샵의 러시아어 화면
화장품 전문 쇼핑몰 로즈로즈샵의 러시아어 화면

자체 쇼핑몰을 구축한 곳도 있다. 코리아데파트(화장품·잡화 등), 스타일코리안(화장품), 오토위니(자동차부품) 등은 러시아 소비자를 위해 러시아어로 사이트를 운영한다. 자체적으로 쇼핑몰을 운영할 경우, 오픈마켓 판매시 발생하는 판매수수료가 없고, 독자적인 고객 관리를 통해 충성고객 확보와 마케팅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자체 쇼핑몰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사이트를 만들고 유지관리하고, 고객 관리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김현수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잠재력이 풍부한 데다 아직까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선두 기업이 없어 진출 여지가 크다"며 "현지 기업과 협업하면 진출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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